서른즈음에 일본유학기 ep10 _ 일본의 조별과제
부제 : 개인주의. 따로 또 같이
4월 나의 대학원 새학기가 시작되었다. 일본어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았던 실생활 용어 + 젊은층 용어 + 전공 용어 등이 섞이면서 내 머리속은 새 하얗게 되었고 , 각종 프린트 및 책자의 한자 때문에 A4용지 한장 읽는데에도 사전을 찾아가며 읽느라 한참이 걸렸다.
학기가 시작되고 수강신청을 마치면 본격적인 대학원 학기가 시작된다. 이 때 중요한 것은 제미(ゼミ)라고 불리는 토론수업이다. (영어의 세미나의 독일발음으로 제미라고 읽는다) 제미는 보통 교수님과 같은 연구실 사람들끼리 한 주 동안 연구한것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중요한 수업의 일종이다. 물론 이 때 내가 연구한 것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이요. 남의 한것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한다.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프레샤는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의견을 말하기 위해 일본어 공부도 전공공부도 매우 열심히 하게 되었다.
이 때 참 좋았던 점들이 몇가지 있었다.
1. 교수님이 강압적이지 않고 의견을 잘 들어주신다.
이건 우리교수님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교수들의 권위의식이 심하지 않고, 프렌들리하다. 친구처럼 의견을 주고 받기도 하고 심지어 인생상담도 자연스럽게 해주기도 한다. 그래서 내가 뭘 못했든 또는 잘했든 꾸짓지도 않고 굉장히 평행한 사제관계를 갖는다. 심지어 연애상담도 들어주시는 교수님도 있다.^^
2.이러다보니 교수님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대학원생을 속칭 부려먹는다던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. 이런일이 있을 경우는 교수도 짤리고 심하면 뉴스감이다 . 만약 도와준다면 정당한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킨다. 어쩔 때는 저렇게 교수님을 안도와줘도 되나 싶을정도이다.
3.즉 위의 이유만으로도 학생들은 오롯이 공부.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.
*참고 : 해서 좋을 건 없지만 일본의 경우는 교수님과 술자리에서도 맞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, 교수님이 비흡연자여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담배불붙이는거 보고 쇼크컬처를 받았드랬죠.
이 외에 내가 다닌 학교의 경우에는 연구실 프로젝트 이외에 6명정도 조를 짜서 하는 조별 프로젝트가 있었다.
이건 내가 속해있는 연구실 이외의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하는 것인데. 처음에 조별 프로젝트래서 "젠장 . 학부생도 아니고 웬 조별" 이라고 생각했었다. 남에게 입방아 오르내리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일본인의 특성상인지 대충 모이는 시간 날짜 등은 잘 지켜서 , 과제는 안 해 오더라고 얼굴은 내 비치는 정도로 기본적인 것은 지키는 분위기였다.
특징이라면 , 6명 중 조장이 있음에도 불구, 무언가 결론을 내릴때는 오랜시간이 걸린다.
좋게 이야기하면 신중하게 조원들의 의견을 다 수렴해서 생각하는 것이고 , 나쁘게 이야기하면 결단력이 없는 것이다.
다들 친구사이인데도, 회의를 하게 되면 회의중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밥시간이 지나도 , 누구하나 눈치보느라 밥 먹자고를 못하는 것이었다. 그래서 배고푼 것을 못참는 나는 그냥 난 외국인이니까! 내맘대로 라는 태도로 "밥먹고 하자" 라고 하니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며 그러자고 하는 것 보고 놀랬었다. 그렇다. 이 맑은 아이들은 서로 눈치보느라 말을 못하고 배를 졸이며 비효율적인 회의를 하고 있었다.
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합리적으로 보이는 일본인들도 용통성이라는 것은 부족해서 (언제나 메뉴얼대로 하는 좋은점도 물론 많다) 비효율적인 일도 많이들 한다.
▲혼자 먹는 라면집. 이치란 라멘
이 때 한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
어느날 조원6명이 모여서 컴퓨터로 모여서 회의하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. 근데 오늘까지 꼭 해야하는데 학교가 문을 닫는 시간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어딘가에 가서 해야 하는 상황이 된것이다. 그래서 다들 밥도 안먹었고 해서 회의도 할겸 학교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게 되었다.
이 패밀리 레스토랑은 비교적 저가 레스토랑이라 한 요리당 500엔 정도 하는 곳이다.
6명이 앉자마자 메뉴를 보며 메뉴를 고르고 이윽고 점원을 부르기 전 서로 뭘 시키는지 확인을 하는데 , 한 A라는 친구가 자긴 안먹겠다는거다.
그래서 "왜?"냐고 묻자, 이번달 용돈이 차비빼고 300엔 정도 밖에 남지 않아서 못먹는다는 것이였다. 한국같으면 누군가가 내가 빌려줄까?라고 했을법한 상황인데 아무도 그렇게 묻지않자 난 오지랖 넓게 "내가 빌려줄까?" 라고 했더니 웃으며 "괜찮아"라는 대답뿐이었다.
그래서 어쩔수 없이 5명만 음식을 각자 시키고 , 곧 음식이 나왔다.
근데 그 친구만 멀뚱멀뚱 있는것이다. 참고로 안 친한것도 아니고 자기네들끼리 학부때부터 친구라서 매우 친한사이이다. 난 뭔가 이 불편한 마음에 누군가가 말이라도 한입 먹어볼래? 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그런소리를 안하는 것이다.
물론 그 A라는 친구도 친구들이 자신에게 먹어보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서운해하거나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. 나만 혼자 쇼크 받고 참 개인주의 적이구나 느꼈던 에피소드. 이건 문화의 차이니깐 !! 지금은 이해하고 있다.
또 예를들면 자신이 어디 놀러갔다가 사온 오미야게 등은 먹어보라면서 쿠키한봉지씩 돌리기도 하는 쿨함도 있으나 , 누가 맛있는것을 혼자 먹고 있는걸 보고 친한사이라고 해서 대뜸 "맛있어? 한입만"하는 경우는 좀 드믄편이고, 담배도 안피면 안폈지 빌려서 피는 경우는 적다. 물론 상대가 먼저 한 개 피라고 했을때는 잘 받아 피기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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